요즘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특히 ‘말’이라는 도구가 가진 힘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절감하게 됩니다.
오늘은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생계를 좌우하는 말 한마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채용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무게를 느낄 것입니다.
후보자에게 불합격 소식을 전할 때마다, 그 사람의 생계와 가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반대로,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말은 누군가의 삶에 새로운 장을 열어줍니다. 취업과 이직을 통해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순간, 헤드헌터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객관성과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할
저는 최대한 의견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의 연봉 범위는 이 정도이며, 복지는 000이 있습니다.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 결정은 후보자가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때로는 당장의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양날의 검: 클라이언트와 후보자 사이에서
헤드헌터는 항상 기업과 후보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후보자의 장단점을 정확히 전달하고, 후보자에게는 회사의 상황과 기대치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 전달이나 과장된 표현은 결국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가끔 클라이언트가 “A 후보자는 어떤가요?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물어올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도 객관성을 유지하며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수수료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합격시키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애매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탈락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장은 아쉬울 수 있지만, 이러한 정직한 태도가 결국 장기적인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법적 책임까지 따르는 말의 무게
더 심각한 경우, 부주의한 발언 하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차별 금지, 허위 정보 제공과 같은 부분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전 직장에서의 평판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우리는 젊은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같은 차별적 발언은 심각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은 삼가야 할지 끊임없이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내 모든 말이 녹음된다.”는 생각을 하며 통화할 정도로 신중하게 말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통화를 녹음하기도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말: ‘콜 포비아’의 시대
“한 번 내뱉으면 돌이킬 수 없는 말.”
이 사실이 요즘에는 ‘콜 포비아’라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즉각적인 대화에서 나온 말을 취소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문자나 이메일은 보내기 전에 여러 번 검토할 수 있지만, 실시간 대화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헤드헌터로서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확하고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 “우선 메일로 내용 보내주세요” 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은 문자로만 대화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전화를 해야 후보자에 대한 파악이 되고, 이후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좀 난감하긴 합니다.
어투와 억양: 말의 형태도 내용만큼 중요하다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 방식 역시 메시지의 효과를 좌우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어투와 억양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절 메시지를 전달할 때의 정중한 어조, 피드백을 제공할 때의 건설적인 태도, 협상 과정에서의 명확한 입장 – 이 모든 요소가 말의 효과를 결정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통한 소통이 많아졌지만, 직접 대화나 전화 통화를 통한 목소리의 뉘앙스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때로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목소리의 톤과 속도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은 나의 가장 중요한 도구
지금까지 채용을 예로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모두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말 한마디로 화해할 수도 있고, 싸움이 날 수도 있습니다.
말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며,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말을 하는 것이 겁나는 요즘이지만,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더 ‘잘’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